낮에 날아다니는 나방은 우리가 보통 떠올리는 나방과는 조금 다르다. 노란 9월 저녁, 잠든 방 창문을 두드리거나 어두운 가을밤 담쟁이꽃 위를 맴도는 나방들에게 있는 그 그늘진 느낌이 없다. 그렇다고 나비도 아니다. 나방과 나비 사이 어딘가에 있는, 작고 어정쩡한 생명이다. 그래도 붉은 제라늄 위를 오갈 때만큼은 생의 기쁨에 취한 듯 보인다.
그날은 9월 중순의 맑고 선선한 아침이었다. 공기는 부드러웠지만 끝에는 조금 날카로운 기운이 있었다. 여름의 뜨거운 숨은 빠져나갔고, 햇빛은 들판 위에 낮게 내려앉아 있었다. 창밖 맞은편 밭에서는 쟁기가 이미 흙을 갈아엎고 있었다. 갈색 흙덩이들은 축축하게 빛났고, 말들은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농부들의 목소리는 선선한 공기 속에서 이따금 짧고 또렷하게 들려왔다. 숲 너머에서는 까마귀들이 나무 꼭대기 주위를 어지럽게 맴돌다가 다시 내려앉았다. 한꺼번에 허공으로 솟구칠 때면, 검은 매듭으로 엮은 그물이 하늘에 던져졌다가 천천히 나무 위로 가라앉는 것 같았다.
바깥세상은 생명으로 가득했다. 밭을 가는 말들, 말을 부리는 사람들, 까마귀들의 소란, 젖은 흙과 맑은 공기까지, 모든 것이 커다란 흐름처럼 창문 쪽으로 밀려왔다. 그 흐름 앞에서 나방 한 마리가 창틀 이쪽 끝에서 저쪽 끝으로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 작은 몸은 바깥의 거대한 생명력과 비교할 수 없이 미약했다. 하지만 그 안에도 같은 생명의 불꽃이 들어 있었다.
보고 있자니 묘한 연민이 생겼다. 넓은 들판과 하늘과 숲이 바로 앞에 펼쳐져 있는데도, 그에게 허락된 세계는 창틀 안쪽의 좁은 공간뿐이었다. 그런데 그는 그 좁은 세계 안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이쪽으로 날았다가 저쪽으로 가고, 다시 돌아와 같은 길을 되풀이했다. 갈 곳은 거의 없었고 할 수 있는 일도 많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 움직임에는 이상한 완전함이 있었다. 작은 생명의 구슬 하나가 솜털과 날개를 입고, 자신이 무엇인지 보여 주려고 내 앞에서 춤추는 것 같았다.
나방은 삶 그 자체였다. 너무 작아서 하찮아 보였지만, 바로 그 하찮음 때문에 오히려 더 선명했다. 바다를 출렁이게 하고, 들판을 움직이고, 새들을 날게 하는 그 힘이 아주 조금 그의 가느다란 몸속에도 들어 있었다. 그 힘은 그의 날개를 떨게 하고, 몸을 공중으로 들어 올렸다가 다시 창틀 위에 내려놓았다. 그가 가진 생명은 작았지만, 그 작음 속에서 더는 나눌 수 없는 무엇처럼 빛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지친 듯 창틀 위에 내려앉았다. 햇빛이 비치는 자리에 멈추자, 방금 전까지 보이던 기묘한 활력은 잦아들었다. 나는 그를 잊고 다시 책으로 눈을 돌렸다.
한동안 시간이 지난 뒤 우연히 고개를 들었을 때, 시선은 다시 그에게 갔다. 그는 다시 날아오르려고 애쓰고 있었다. 하지만 아까와는 달랐다. 몸은 뻣뻣해 보였고 움직임은 어색했다. 그는 창틀 아래쪽에서 퍼덕이며 올라가려 했지만 제대로 떠오르지 못했다. 한두 번 날개를 움직이고는 다시 떨어졌다.
나는 창밖을 보았다. 아침의 활기는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말들은 밭에서 물러났고, 농부들의 목소리도 더는 들리지 않았다. 까마귀들도 숲 너머로 흩어졌다. 들판은 텅 빈 듯 보였고, 공기에는 차가운 기운이 돌았다. 조금 전까지 세상을 가득 채우던 힘이 뒤로 물러나고, 다른 힘이 조용히 그 자리를 차지한 것 같았다.
나방은 다시 한 번 몸을 일으키려 했다. 그는 온 힘을 다해 날개를 떨었다. 그 필사적인 몸짓에는 보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 있었다. 너무 작고 약한 생명이었기 때문에 그 노력이 더 또렷하게 보였다. 그는 창틀의 턱을 넘으려 했으나 넘지 못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균형을 잃고 등을 대고 뒤집혔다. 가느다란 다리들이 허공을 향해 허우적거렸다.
그를 도와주고 싶었다. 나는 연필을 집어 들었다. 연필 끝으로 살짝 일으켜 세우면 다시 발을 디딜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 순간 손을 멈추었다. 그를 무겁게 누르고 있는 것이 단순한 피로나 우연한 실패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죽음이었다.
그제야 방 안의 공기가 달라졌다. 보이지 않는 힘이 가까이 와 있었다. 그것은 나와는 상관없는 듯했고, 나방에게만 향한 듯했지만, 동시에 모든 곳에 있었다. 그 힘은 너무 크고 냉정해서 연필 하나로 밀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더 이상 끼어들 수 없었다.
나방은 그 힘과 싸우고 있었다. 뒤집힌 채 다리를 움직이고, 몸을 비틀고, 날개를 떨었다. 하찮은 몸짓이었다. 하지만 삶이 죽음에 맞서 할 수 있는 모든 몸짓이기도 했다. 싸움이 너무 작아서 오히려 그 싸움의 본질이 드러났다. 어떤 말도, 어떤 장식도 필요 없었다. 생명은 살려고 했다. 죽음은 기다리고 있었다.
한순간 그는 몸을 바로잡는 데 성공했다. 작은 승리였다. 그는 다시 다리를 딛고 섰다. 그러나 그 승리는 오래가지 않았다. 힘은 이미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가느다란 다리들이 서서히 굳었고, 작고 가벼운 몸은 창틀 위에 놓인 채 완전한 정지 속으로 들어갔다.
모든 것이 끝났다. 주위에는 아무 소리도 없었다. 조금 전까지 그 몸속에 있던 생명의 불꽃은 사라졌다. 방 안에는 햇빛이 남아 있었고, 창밖에는 들판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 작은 몸에서 나오던 움직임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연필을 손에 든 채 그를 내려다보았다. 이상한 슬픔이 느껴졌다. 그토록 작은 생명이 그토록 큰 힘과 싸웠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마지막에는 마치 그가 조용히 인정하는 듯했다.
“그렇군요. 당신 말이 맞습니다. 죽음이 나보다 강합니다.”